
어제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김치통에서 신김치 냄새가 확 올라왔습니다. '이거 그냥 먹기엔 너무 시고, 버리기엔 아깝고.'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결국 신김치를 꺼내 김치전을 부쳤습니다. 그런데 막상 부치다 보니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애매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반죽 농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부침가루를 써야 하는지 밀가루로도 되는지, 기름은 얼마나 둘러야 하는지. 이런 디테일이 사실 김치전 맛을 좌우한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신김치가 김치전 맛을 결정한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김치전은 신김치로 만들어야 맛있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신김치를 쓰면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산균과 유기산이 풍미를 더해준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내용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여기서 유산균이란 발효 식품에서 자연적으로 증식하는 유익균으로, 김치의 깊은 맛을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신김치"라는 공식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너무 시거나 오래된 김치는 오히려 쓴맛이 강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제가 어제 써본 김치는 담근 지 약 3주 정도 된 것이었는데, 신맛이 딱 적당해서 전을 부쳤을 때 감칠맛이 살아났습니다. 반면 냉장고 구석에 방치했던 두 달 넘은 묵은지로 시도했을 때는 쓴맛이 강해서 설탕을 꽤 넣어야 했습니다.
김치 국물 활용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일부에서는 "김치 국물을 반죽에 넣으면 간이 맞고 색도 예쁘다"고 말하는데, 저는 이 부분에 조금 다른 의견입니다. 김치 국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반죽이 지나치게 묽어져서 부칠 때 모양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김치 국물은 물 대신 절반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찬물로 채우는 게 농도 조절에 훨씬 유리했습니다.
김치의 산도(pH)가 4.0~4.5 정도일 때가 김치전 재료로 가장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산도란 식품의 신맛을 측정하는 지표로, 숫자가 낮을수록 신맛이 강합니다. 일반 가정에서 산도를 직접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김치를 먹어봤을 때 "시큼하면서도 아직 아삭한 식감이 남아있다"는 느낌이라면 적정 범위에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신김치가 없을 때 대안으로 쓸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생김치에 식초를 한 스푼 넣거나, 설탕을 약간 추가해서 산미와 단맛의 균형을 맞추는 겁니다. 다만 이렇게 해도 자연 발효된 신김치의 깊은 맛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김치전의 기본은 '적당히 익은 신김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반죽 농도와 온도, 바삭함을 좌우하는 두 가지 변수
김치전 반죽에서 가장 많이 실패하는 지점이 바로 농도입니다.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정말 자주 보는데, 정답은 '김치 수분량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같은 양의 김치라도 물기를 짜느냐 안 짜느냐에 따라 반죽 상태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일반적으로 부침가루(또는 밀가루)와 물의 비율을 1:1로 잡으라고 하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기본값일 뿐입니다. 저는 김치를 먼저 체에 밭쳐서 국물을 따로 받아두고, 반죽할 때 국물과 찬물을 반반씩 섞어서 농도를 맞춥니다. 이렇게 하면 김치 국물의 풍미는 살리면서도 반죽이 너무 묽어지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반죽 농도를 체크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국자로 반죽을 떠서 천천히 흘려보세요. '주르륵' 흐르지 않고 '또르르...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면 적정 농도입니다. 너무 되직하면 전이 두껍고 퍽퍽해지고, 너무 묽으면 부칠 때 모양이 흐트러집니다. 이 중간 지점을 찾는 게 핵심입니다.
반죽 온도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차가운 물을 쓰면 글루텐 형성이 억제되어 전이 바삭해진다는 원리인데, 실제로 얼음물과 미지근한 물로 각각 반죽해서 부쳐보니 확실히 차이가 났습니다. 얼음물로 만든 반죽은 테두리가 과자처럼 바삭했고, 미지근한 물은 좀 더 쫀득한 식감이었습니다. 어떤 식감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물 온도를 조절하시면 됩니다.
탄산수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탄산수 속 이산화탄소 기포가 반죽 사이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튀김옷처럼 바삭한 식감을 낸다는 건데, 저는 솔직히 이 방법은 큰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탄산수를 굳이 사서 쓸 필요까지는 없고, 냉장고에 차가운 물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부침가루와 밀가루 중 어떤 걸 선택할지도 고민이 되실 겁니다. 부침가루는 이미 전분과 조미료가 섞여 있어서 실패 확률이 낮고 바삭함도 잘 살아납니다. 반면 밀가루는 담백한 맛이 장점이지만, 바삭하게 만들려면 감자전분이나 옥수수전분을 7:3 비율로 섞어야 합니다. 여기서 전분이란 녹말 성분으로, 튀김옷이나 전을 바삭하게 만드는 핵심 재료입니다. 초보자라면 부침가루를, 맛의 커스터마이징을 원한다면 밀가루+전분 조합을 추천합니다.
조리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디테일들
반죽이 완성되었다면 이제 팬 앞으로 가야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불 조절과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많은 분이 "중불에서 천천히 익히세요"라고 말하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처음부터 중불로 시작하면 반죽이 기름을 너무 많이 흡수해서 느끼해질 수 있습니다.
팬을 먼저 충분히 예열하세요. 기름을 두르고 연기가 살짝 올라오기 직전까지 가열한 뒤, 반죽을 올리는 순간 '치익-' 소리가 나야 합니다. 이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팬이 아직 덜 뜨거운 겁니다. 뜨거운 팬에 반죽을 올리면 겉면이 빠르게 익으면서 바삭한 크러스트가 형성됩니다.
기름 양도 생각보다 넉넉하게 두르셔야 합니다. 다이어트를 의식해서 기름을 조금만 쓰면 전이 눌어붙고 바삭함도 떨어집니다. 팬 바닥에 기름이 찰랑거릴 정도로 두르고, 반죽을 올린 뒤 팬을 흔들어서 기름이 반죽 밑으로 스며들게 해주세요. 이 과정이 테두리를 바삭하게 만드는 비결입니다.
뒤집는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너무 일찍 뒤집으면 반죽이 찢어지고, 너무 늦게 뒤집으면 탑니다. 팬을 흔들었을 때 전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주걱으로 가장자리를 살짝 들어봤을 때 황금빛 갈색이 보이면 뒤집을 때입니다. 제 경험상 한쪽 면당 3~4분 정도 굽는 게 적당했습니다.
불 조절은 중불에서 중약불 사이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센 불로 부치면 겉은 타고 속은 설익기 쉽습니다. 두께가 얇은 전이라면 중불로, 두껍게 부쳤다면 중약불로 낮춰서 속까지 익히는 게 안전합니다.
부재료를 추가할 때도 타이밍이 있습니다. 오징어나 새우 같은 해산물은 김치와 함께 반죽에 섞어 넣으면 되지만, 치즈는 전을 다 부친 뒤 위에 올려서 뚜껑을 덮고 녹이는 게 낫습니다. 반죽에 치즈를 섞으면 부치는 동안 치즈가 녹아서 팬에 들러붙기 쉽거든요.
김치전을 부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자주 뒤집는 겁니다. 뒤집을 때마다 전이 기름을 흡수하고 모양도 망가집니다. 한쪽 면이 완전히 익었을 때 딱 한 번만 뒤집으세요. 인내심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팬을 충분히 예열하고 기름은 넉넉하게
- 반죽을 올릴 때 '치익-' 소리 확인
- 한쪽 면당 3~4분 굽고 한 번만 뒤집기
- 불 조절은 중불~중약불 유지
어제 저녁,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김치전을 완성했을 때 집안에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정말 좋았습니다. 테두리는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 식감, 막걸리 한 잔과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더군요. 김치전 하나 제대로 만들려면 신경 쓸 게 많지만, 그만큼 보상도 확실합니다. 냉장고에 신김치 있으신 분들, 오늘 저녁 한번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반죽 농도나 조리 과정에서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참고: 없음